To Do list는 기억하고자 쓰는 것이 아닌 잊으려고 쓰는 것이다.
할 일의 목록은 기억하기 위해, 구체화하기 위해 쓴다.
하루의 할 일을 계획하고 하기 위함이지만 막상 나는 당장에 끝내야 하는 일이 아닌 그냥 언젠가 하면 되는 일들을 적어가다 보니 꼭 필요하고 급한일만 하게 되고 리스트에 적어놓은 일들을 제대로 다 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다.
또 어느선의 일까지를 적어야 하는지도 불분명했다. 그래서 기껏 적어 놓지만 결국은 기억나는 일, 하고 싶은 일만 했던 거 같다.
할일을 적어놓는 것은 까먹지 않게 메모의 의미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 메모의 의미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좀 다른 방식을 생각해야 했다.
새로운 메모의 습관과 방식이 필요한 때
우선 주기적으로 리스트를 작성할 메모지를 선택했다. 다른 것은 적지 않고 딱 오늘의 할 일만 적는 공간. 이전에는 이것저것 생각나는 글귀나 언젠가 해야 할 것, 그냥 두고두고 기억할만한 정보들까지 한 곳에 적어둬서 책상에 온통 메모지가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메모지의 종류도 점착 식부터 아닌 것들까지 색도 디자인도 가지각색으로 아무렇게나 있는데, 빠르고 간편하게 쓰기 위한 것이니 날아다니는 글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적어놓은 내용마저 중구난방에 사이즈가 달라 정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그저 쌓여있었다.
그냥 버리자니 적힌 내용이 아깝고 그대로 두자니 자주 보는 것도 아니고 정리도 안되는데 책상만 더럽히는 것 같고.. 메모하는 습관이 좋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쓰는지' 쓴 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놓치고 있었다.
심지어 나는 컴퓨터 속의 메모장에도 스마트 폰의 메모장 어플에도 중구난방의 메모가 가득했다.
메모는 어떻게 쓰고 활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우선 여러 곳에 여러 메모를 적어 놓은 만큼 중복되는 것들을 골라내야 했다. 휴대폰과 컴퓨터에 있는 메모들은 오래돼서 쓸모없어진 것부터 지워나갔다. 그리고 수시로 필요해 폰에 저장되어 있어야 하는 것과 작업할 때만 필요해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것이 편한 정보들은 컴퓨터의 메모장에 저장했다. 책상 위의 종이조각들은 점점 구겨져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점차 정보 종이조각들이 정리되어 갔지만 여전히 버리기도 그대로 두기도 애매한 내용들은 남았고 sns상에 비공개로 적어두기도 하고 그냥 눈딱 감고 과감히 버리기도 했다.
메모들을 정리하고 나니 대충 어떤 분류를 해야 할지 감이 왔다.
메모지의 종류 중 몇 가지를 정해 to do list용 메모지와 정보를 적을 메모지를 구분했다. 단기적으로 기억할 메모는 점착식 메모지에 적어 모니터 주변이나 벽에 붙이고 소명을 다하면 그때그때 바로 떼어 버렸다. 오늘 할 일에 대한 리스트는 하나의 디자인 메모지를 정해 그 메모지에는 딱 todolist만 적기로 했다. 요즘에는 체크리스트를 적을 수 있는 디자인 메모지도 많이 나오지만 나는 우선 꿈틀대는 지름신을 눌러놓고 내가 가지고 있는 많은 메모지들을 먼저 사용하기로 했다.
To Do list용 메모지와 단기 정보 기억용 메모지, 장기간 기억해야 할 프로젝트 관련이나 두고두고 볼만한 메모들은 아예 탁상달력 한구석에 적어놓거나 컴퓨터에 저장했다.
사실 이 글은 to do list가 기억하려고 가 아닌 잊으려고 쓰는 것이라는 글을 보고 기록해 둬야지 하고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모니터 앞에 가득한 내 메모들에 눈이 가 메모에 관한 글로 마무리가 되어버린 것 같다.
어쨌든 메모는 중요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는 책상 위의 무법자가 되어버린다.
나는 약간의 저장 강박증(?)이 있는가 보다. 컬랙터 병이 메모에서도 발휘되다니.. 아무튼 메모 정리를 계기로 to do list를 다시 잘 활용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